아들과 2인 개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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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2인 개발 연재를 멈춘 지 오래되었습니다. 작년에는 회사가 바쁘지 않아서 이것저것 할 여유가 많았는데, 올해는 야근이 많아서 좀처럼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게임 만들기는 잊혀져 갔습니다. 아들은 기다리지 않고 쑥쑥 크고 있고, 더 크기 전에 게임 하나 만들어야 하는데 걱정만 합니다. 그러던 중에 아들이 오랜만에 게임 만들기에 필을 받았는지 원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저와 아들은 새 게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피벗이죠. 매몰 비용이 아까워서 기존 프로젝트를 질질 끄는 것보다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반성하고 이번에는 좀 더 잘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프로젝트 진행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첫째가 아트 리소스 제작입니다. 아들이 원화를 주면 제가 모델링, 리깅, 텍스쳐링, 애니메이션, 코딩을 모두 해야 하는데 하루에 한 시간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진행되지 않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다음 걸림돌은 개발과정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일입니다. (지금도 또 정리하고 있네요 ㅠ) 이왕 밑바닥부터 게임을 만드는 김에 튜토리얼도 같이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욕심이었지 싶습니다. 세 번째 걸림돌은 게임 기획입니다. 제대로 된 기획이 없으니 프로젝트가 산으로 갑니다. 마지막 걸림돌은 아키텍쳐/설계 욕심입니다. 회사에서는 해보지 못하는 실험적이고도 이상적인 설계를 시도해보고자 설계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역시 욕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했던 것들을 다 해냈다면 좋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제일 중요한 것 하나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러면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해봤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기대치를 매우(!) 낮추고, 가능한 시간을 적게 쓰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3D는 할 일이 너무 많으니 2D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2D 게임을 제대로 만들어 본 적이 없어서 헤매는 부분이 있겠지만, 아들이 그린 원화를 가공하지 않고 그냥 쓴다면 원하는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그냥 중요한 스크린 샷들과 뭘 했는지 등을 간단히 끄적거리는 수준으로 할 예정입니다. 기획은 가능한 이미 있는 게임을 따라서 만들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설계 욕심도 버리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설계와 유지보수, 워크플로우와 파이프라인을 심하게 고려하면서 작업하고 있으니 오히려 평소와 다르게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빠르게 컨텐츠를 쳐나가면 배우는 것이 많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다짐대로 잘 진행될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될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